Kwan's Diary

사흘째

kwanye.east 2009. 11. 19. 21:14
11월 16일
첫날..
내가 할일이 별로 없는 듯 하다.아니 진짜 없다. 따분할 정도로..
단지 추울뿐이다. 너무 춥다.

여긴 모든것이 단절되어 있다.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못했던..아니 잊고 지냈던..것 들을 할 수 있다.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상상도 하고..책도 읽고..
낯선 풍경을 보기도 하고..
상상속에 잠시나마 유쾌해 지기도 하고
자기전에 누워서 하는 공상도 꽤나 좋다.

ㅋㅋ 개코같이 하루해 놓구..ㅋ
그래도 뻥같지만 변화하는 나를 느낀다.
변화하길 바란다..

11월 17일
씨발 변화는 얼어죽을..
방에 들어오면 암것도 없다.
재만이가 준 책도 첫날은 쫌 읽었는데 오늘은 사진만 봤다.
책은 역시 재미 없는거다.
졸라 심심하다.
진짜 졸라 심심하다.
그래서 역시나...
소주를 사왔다.

11월 18일
박카스 선전에 나오는 옷차림을 하고
존나게 빗질을 하고 있었는데..
꼬마아이 한놈이 내게 쪼르르 달려오더니
붕어빵을 하나 건네준다.
멀리서 아줌마가 먹으라며 손짓한다.
고마워~하고 받아 먹었다.

그 아줌마는 차안에서 형광쪼끼 입고 청소하는 나를 보고
유치원쯤 되보이는 아들에게 말했겠지..

불쌍한 사람을 보면 측은지심을 가지라고..
측은지심의 교훈을 아이에게 일깨워 주기위해.. 
저 주황색 형광쪼끼입고 아스팔트 쓸고 있는 불쌍한 아저씨에게
붕어빵을 전해 주라고 명령했겠지...

씁쓸하다.

11월 19일
상권이형이 일하러 왔다.
상권이형은 우리 삼촌 친구다.
상권이형은 4년전에 정선에서 나랑 같이 일했다.
상권이형은 목수다.
근데 삼촌한테 오면 그냥 잡부다.
상권이형은 쫌..아니 많이.. 어리버리하다.
삼촌하고 친구지만 삼촌한테 존나 무시당한다.
상권이형은 아야진출신이다.
오랫만에 보니 결혼도 했다.
오랫만에 보니 반가워야 하는데...뭐 그냥...그닥..

포크레인기사가 나에게 말했다.
야 니네 삼춘친구 왜이렇게 못생겼나?

그형은 못생기고
여기선 나랑같은 잡부고
존나 무시도 당하지만
싼타페도 있고 결혼도 했고 집도 있다.